진한 스토리 품은 향수, 남다른 매력 풍기다

입력 2021-02-18 17:33   수정 2021-02-19 02:06


매혹적인 장미와 이성을 유혹하는 일랑일랑 향이 더해진 향수. 샤넬의 대표 향수 ‘넘버5’의 향기다. 지금은 일반적이지만 1921년 첫 출시 당시만 해도 번호를 제품명에 붙인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물론 마릴린 먼로가 “나의 잠옷은 넘버5”라고 말한 스토리가 더 유명하다. 화려하고 매혹적인 여성성의 이미지를 입은 결정적 계기였다. 달빛 아래 계수나무 향을 담은 페르푸뭄의 ‘오스만투스 수 라 룬 클레어’, 열대우림 속 샌달우드 나무를 관능적인 향으로 표현한 딥티크의 ‘탐다오’ 등이 인기를 끄는 것도 ‘스토리의 힘’을 보여준다.
마릴린 먼로의 잠옷 ‘넘버5’
샤넬 넘버5가 처음 나온 1921년 다른 향수들은 한두 종류의 꽃향기만 담았다. 넘버5에는 장미, 재스민 등 83종에 달하는 향기를 넣었다. 첫 향을 맡은 뒤 오랜 시간 다양한 향을 느낄 수 있었던 게 인기 비결이었다.

병에 화려한 장식을 하던 향수업계 관행도 깼다. 가브리엘 샤넬이 프랑스 파리 방돔광장의 리츠호텔 방에서 내려다본 광장의 모습을 본떠 각진 사각형으로 제작했다. 출시한 지 100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샤넬은 넘버5의 병 디자인을 초창기와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

샤넬은 “여자의 향기는 옷 스타일만큼이나 중요하며 여자는 사랑받고 싶은 곳에 향수를 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가장 잘 표현했던 사람은 마릴린 먼로. 그녀가 한 인터뷰에서 “어떤 잠옷을 입고 자느냐”는 질문에 “오직 넘버5만 입는다”고 답하면서 관능적인 이미지가 더해졌다.
스토리를 담은 라벨 ‘딥티크’
화가, 무대 디자이너, 건축가가 모여 만든 프랑스 향수 브랜드 딥티크도 제품마다 고유의 스토리를 품고 있다. 화가 데스먼드 녹스 리트, 무대 디자이너 이브 쿠에랑, 건축가 크리스티앙 고트로 등 세 명의 창업자는 모두 디자인을 공부했다. 캘리그래피를 좋아했던 데스먼드 녹스 리트는 향수마다 갖고 있는 스토리를 향수 라벨에 그림과 글씨로 표현해냈다. 예를 들어 열대우림 속 나무와 오래된 사원 주위에서 샌달우드 나무를 끌고 다니는 코끼리의 모습을 표현한 ‘탐다오’ 향수에는 코끼리와 열대우림을 그려넣었다.

딥티크에서 부동의 1위 향수는 단연 ‘도손’이다. 바닷바람에 실려온 수선화 향을 표현한 이 제품은 이브 쿠에랑이 어린 시절 여름방학에 찾아간 베트남 하롱베이 바닷가 도손에서 이름을 따왔다. 은은한 향신료 향과 황홀한 튜베로즈 향기가 해풍에 실려왔던 그 시절의 추억을 담았다. 튜베로즈와 오렌지블라섬, 재스민 등을 원료로 썼다. 도손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전년보다 117% 급증했다.
술탄에게 진상하는 이국적 향수도
‘나만의 향’을 찾는 소비자를 겨냥한 ‘니치 향수’ 브랜드도 인기다. 여러 향기를 섞어 쓰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 브랜드 ‘조말론’, 독특하고 세련된 향기를 머금은 프랑스 브랜드 ‘불리 1803’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구딸파리, 엑스니힐로, 디에스앤더가, 아쿠아 디 파르마 같은 니치 향수 브랜드를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니치 향수보다 더 독특하고 소량만 만드는 ‘레어 향수’ 브랜드도 있다. 향수 브랜드 페르푸뭄은 프랑스 조향학교를 나온 장은영 조향사가 만든 대표적인 레어 향수 브랜드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조한다. 향수 제품마다 독특한 스토리와 이름을 붙이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청명한 달빛 아래 계수나무를 떠올리며 만든 ‘오스만투스 수 라 룬 클레어’, 향료가 넘치는 바자르 시장에서 술탄에게 진상하는 이국적 향수를 형상화한 ‘술탄스 바자르’, 발타자르의 고서(古書) 향을 담은 ‘라이브러리 오브 발타자르’ 등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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